2023.09.27 (수)
강형원 교수(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강형원 교수 연구팀이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질환별 한의중점연구센터 과제) 주관연구기관으로 선정돼 올해부터 2029년 3월까지 7년간 33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이번 연구책임자인 강형원 교수는 한방신경정신과학 전공자로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인지장애를 포함한 다양한 신경정신질환에 대한 VR 정신치료와 한의약 치료에 관한 연구를 수행해 오고 있다. 그에게 이번 선정의 결과와 의의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강형원 교수와의 일문일답.
Q.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 선정 소감은?
고령화 속도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시점에 맞춰 한의학의 큰 장점인 노인성 질환에 대한 한의학 치료를 DB화하고 디지털화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 노년기 질환, 특히 인지장애는 치매국가책임제를 시행 중인 만큼 국가적으로도 중대한 관심을 두고 있다. 이번 사업 선정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 발맞춰 선정된 것으로 생각되며, 인지장애에 대한 한의약 치료의 근거기반 및 디지털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Q. 사업을 준비하게 된 계기는?
인지장애는 고령화에 따라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질환이고, 가족 부담 및 사회적 비용 또한 높아지는 추세다. 특별한 치료제가 없어 치매 이전의 경도인지장애부터 조기 진단해 선제적 관리와 치료가 중요한데, 한의학의 심신의학적인 치료가 도움이 많이 됐던 것을 임상에서 많이 경험했다.
그동안 한의치매임상진료지침 개발과 한·의 협진사업에도 참여하면서 치매환자, 보호자에 대한 전인적인 한의학적 치료가 가능한 통합의료적 접근의 중요성을 많이 느꼈다. 이를 위해 사업팀은 한의 진단 및 치료기술을 보다 체계화하고 장기적 레지스트리 구축을 통한 근거 확보를 위해 2020년 질환별 한의중점연구센터 과제 출범당시부터 준비했고 이번에 재도전한 끝에 선정됐다.
Q. 사업을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2011년 8월 치매관리법이 제정·공포되면서 치매환자를 한의원·한방병원에서 보는 게 쉽지 않았다. 치매 조기 검진사업의 일환으로 실시된 보건소 치매사업이 병·의원으로만 연계되면서 한의원·한방병원은 배제된 결과였다.
치매 진단, 치료권은 있으나 실제로 치매환자들이 한의치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는 소외됐다. 이번 사업을 준비하면서도 이런 제도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Q. 노인 인지장애란?
보통 치매를 ‘인지기능 저하를 주 증상으로 하는 만성 진행성 정신퇴행질환’이라고 한다. DSM-5 진단기준에 의하면 치매와 건망성 장애를 ‘주요 및 경도 신경인지장애’에 포함시키고, 기존의 치매를 ‘주요 신경인지장애’, 경도인지장애를 ‘경도 신경인지장애’ 영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를 포괄하는 개념이 인지장애다.
사람은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신체적 능력과 정신적 능력이 저하된다. 인지기능의 저하 또한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생리적인 증상이지만, 생리적 범위를 넘어 현저한 손상이 나타나게 되면 이를 인지장애로 보게 된다.
인지장애는 개념적으로 인지 영역들(복합적 주의, 집행 기능, 학습과 기억, 언어 등)에서 인지 저하가 이전의 수행 수준에 비해 경미 또는 현저하다는 것으로, 진단기준과 평가를 통해 확인하게 된다.
인지장애는 인지저하라는 핵심 증상뿐 아니라 주변 증상인 행동심리증상, 일상생활 장애가 뒤따르게 돼, 일상생활과 사회적 기능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는데 점차 어려움을 겪고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조기에 진단될수록, 예방과 관리를 할 수 있어 조기 진단, 선별검사를 항상 강조한다. 진단 이후에도 인지기능의 점진적 악화를 예방하고, 행동 심리증상 및 정서적 지지와 함께 약물만이 아닌 대체 방안이 필요하다.
치매의 원인질환이 워낙 많다 보니, 연구 특성상 모든 치매 환자를 다 다룰 수 없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에 연구센터에서는 치매환자의 50∼6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15∼20%를 차지하는 ‘혈관성 치매’, 그리고 치매 조기 진단 및 예방이 치매 치료에서 중요한 단계로,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를 주요 목표대상 환자로 정했다.
Q.노인 인지장애의 한의치료 장점은?
인지장애에 대한 한의학적 치료는 기본적인 한의 개입방법인 한약 치료, 침 치료, 약침 치료, 뜸 치료 등을 적용할 수 있으며 정서적 안정이 필요한 경우 한방정신요법도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한의학적 치료는 인지기능의 개선 및 행동 심리증상과 환자에 대한 지지, 가족적 진료를 통한 증상 완화에 일정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또한 전반적 신체증상 개선, 기타 수반되는 통증 관리에도 장점이 있다. 이에 일선 한의사가 치매를 진료하고 관리하는 것은 국민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과 더불어 더 많은 인지기능장애 환자 및 위험군에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업에서는 인지장애의 한의학 치료를 보다 구체화하기 위해 한의치료기술을 활용한 인지중재치료법을 탐색하고 개발할 계획이다.
Q. ‘한의 인지장애 진단치료 디지털 변환기술’이란?
한의 인지중재치료 요소에 대해 가상현실이나 어플리케이션 등을 접목해 노인들의 눈높이에 맞는 디지털 코칭 프로그램으로 구현하고, 진단에 있어서는 생체신호 측정기기에 대해 한의 진단 도구와의 연계 방안을 모색하려고 한다. 이에 김재욱 한국한의학연구원 박사와 정인철 대전대 한의과대학 교수가 공동연구자로 참여하고, 원광대 산하 부속병원에서 임상연구에 참여해 근거화해 나가려고 한다. 또 해당 기술 개발을 위해 다학제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하며 연구해 나갈 예정이다.
Q. 연구센터의 청사진을 제시한다면?
앞으로 인지장애 한의중점연구센터를 국내 최초로 개설하고 다기관 인지장애 레지스트리를 구축해 인지장애의 예방, 진단, 치료, 관리 기술을 확립하고 IT기반 임상지원 시스템 개발 및 다학제 근거 구축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한의 인지장애 진단치료에 디지털 변환기술을 개발해 이를 기반으로 임상연구를 진행, 진단기술의 표준화와 치료기술에 대한 유효성, 안전성을 검증하고 근거 기반의 신의료기술을 신청하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한의 인지중재치료법을 개발하고 표준화해 임상시험 적용을 통한 근거를 확보할 것이다. 최종적으로 디지털 코칭 프로그램과 연계해 한의 인지중재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위한 식약처 임상시험계획서(IDE, Investigational Device Exemption) 신청을 통해 후속 임상시험의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Q. 기타 하고 싶은 말은?
이번 과제를 통해 인지장애 환자들, 또한 인지장애를 돌보는 보호자들에게 미충족 의료수요를 충족하는 대안적 치료방법을 제공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신규 개발되는 다양한 형태의 한의치료기술들은 국내 의료산업의 지평을 확장하는데 활발하게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사업을 통해 인지장애에 대한 한의약 근거가 창출되면 추후에는 인지장애의 국가적 관리를 위한 정책의 근거자료로 활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